이름을 불러도 오지 않는다. 내킬 때는 와준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현관까지 마중나와 반겨줄 때도 있고 잠에 취한 눈으로 나를 보고만 있을 때도 있다. 제 몸을 만지는 게 기분 좋을 때는 ‘골골골’ 소리를 내지만 어느 순간 돌변해 그만 만지라고 내 손을 물기도 한다. 고양이는 종잡을 수가 없다. 고양이와 나 사이에 주도권이 있다면 물론 그건 고양이에게 있다. 내가 약자이고 고양이가 ‘강묘’이다. 고양이는 귀엽고 한없이 귀엽고 나는 그 귀여움에 늘 지고 만다. 단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매력 중에 최상위는 귀여움이고, 또 그 꼭대기에는 고양이가 앉아 있다.
좀처럼 나는 감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고양이를 키우기 전까지는.
‘너무 귀여워!’
고양이 앞에 무릎 꿇고 두 팔을 길게 뻗어 절하면서 귀여워!를 외친 적도 있다. 고양이는 참 쓸데없는 곳까지 귀여운 존재이다. 한번은 고양이가 물을 할짝할짝 먹는데 수면에 물 먹는 얼굴이 비쳤다. 그 모습에 감탄해 나는 또 무릎을 꿇었다. 내 팔을 베고 잘 때면 몸에 얹힌 작은 무게마저 귀여운 존재이다. 고양이는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지금껏 살아남은 종일 것이다.
그렇게 감탄할 때마다 나는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네가 너무 좋아’라고 고양이의 언어로 말해주지 못하는 내 처지에 속이 상할 정도이다. 행복은 고양이를 통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