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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요일의 선택 -

    시로 그리는 집 07

    글 박성우 2021-03-17

    어느 시의 초상을 그리려면

    시로 그리는 집 07


    임진아



    며칠 전에 비가 왔습니다.

    비 오는 날은 가만히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제 막 눈을 뜬 아침, 이불 속에서 먼저 눈치를 챕니다. 어느 날 아침 화장실에서 겨울이 온 걸 느끼는 것처럼요. 비가 온다고 확신하는 건 비릿한 냄새 때문도 아니고, 미리 들은 소식이 있어서도 아니고, 타닥타닥 소리가 들려서도 아닙니다. 그냥 왠지 오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커튼을 열면, 이미 내리고 있던 비가 정답이라고 말하듯 창문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젯밤 산책을 하며 달을 쳐다볼걸 하고 괜한 후회를 합니다. 검색창에 내일 날씨를 입력하지 않더라도 달을 바라보기만 하면 비의 방문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달무리가 지면 비가 온다는 이야기를, 엉뚱하게도 모험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늘 같은 지붕 밑에서 조용한 생활이 이어지는 요즘이지만 다음날의 날씨는 매일 궁금합니다. 오히려 늘 같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날씨라는 변화에 기대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가 내리면 오늘 하루의 대략적인 줄거리가 정해집니다. 비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내 쪽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비로 시작하는 아침은 마음을 접고 낮은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비가 오면 어김없이 열지 않는 붕어빵집과, 어제와 다른 화분이 밖에 나와 있는 꽃 가게를 지나면서 비가 오는 날마다 볼 수 있는 나의 동네를 오랜만에 만납니다.

    시인의 말대로 비는, 온다는 소리 없이 집집마다 다녀갑니다. 비가 와서 생기는 오늘의 장면이, 비를 보며 하는 생각이, 비와 함께 다녀갑니다. 저는 비 내리는 밖을 바라보며 지난날에 묻어주었던 새의 무덤을 떠올립니다. 비 오는 날은 작은 새를 묻어준 날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면 내릴수록, 얼마큼의 깊이에, 얼마큼의 흙으로 덮어주었는지를 세어봅니다. 한 주먹만 더 덮어줄걸, 한 번만 더 두드려줄걸 하고요. 그렇기에 비 오는 날은 어김없이 기도를 하는 날입니다. 오늘의 비로 어딘가에 깊은 자국이 남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비가 오면 집에 어떤 장면이 더해지나요.

    다음에는 비를 바라보면서, 비의 목록을 차근차근 나열해보고 싶습니다.







    손바닥에 닿으면 부러지는 연약한 비

    비가 거리의 목록에서 노점을 지웠다 오늘은

    가난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산을 펴자 비가 우산 위로 사납게 달려들었다

    우산은 우산 크기만큼만 비를 가려주었다

    온다는 소리 없이 집집마다 비가 다녀갔다

    섭섭하지만 비를 뒤쫓아갈 필요가 없었다

    훗날을 기약하며 보내주기로 했다

    비를 모금함 속에 모아두는 엉뚱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

    사람을 불러모으는 재주를 가진 노점이 사라진 사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비에 스며들었는지

    한산한 거리가 비로 시끌벅적했다

    비에 쫓겨난 봄꽃은 어디서 보상 받을는지

    생계가 막막해진 봄꽃이

    뿔뿔이 자취를 감추었다

    손바닥에 닿으면 부러지는 연약한 비에도

    바퀴의 노동은 멈추지 않고, 내일도 모르고 앞만 향해 자꾸

    달려간다 이런 날, 바퀴도 없이 미끄러지는 사람이 꼭 있더라

    저만치 자신을 내팽개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비가 거리의 목록에서 이제 웃음조차 지우려 한다

    오늘은 비의 목록에 따뜻한 위로가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 김희업 「비의 목록」, 창비시선 381 『비의 목록』



    2021. 0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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