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106
빗소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시인은 빗소리를 듣는다거나 빗소리에 젖는다고 하지 않고 “오래 떠돌던 마음이 빗소리 속에서 집을 짓는다”고 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일까요, 짧은 시인데 빗소리도 여운도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배롱나무 가지”에 앉아 “젖은 허공 한뼘을 물고 있”는 새는 어떤 새일까를 짐작해보면서 시를 읽어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빗소리
오래 떠돌던 마음이 빗소리 속에서 집을 짓는다
새 한마리
배롱나무 가지 끝에서
비 그친 하늘
젖은 허공 한뼘을 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