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의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110
“섬사람들 목숨을 잇게 해서/ 명이라 부른다” 아, 몰랐습니다. 명이나물을 먹을 줄만 알았지 여태 이 나물 이름이 품고 있는 깊은 뜻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 시는 시인이 보여주는 ‘잎’과 ‘입’을 따라가며 읽으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은데요. 새삼, 세상의 모든 잎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하염없이 오물거리는 입들/ 과연 잎 없이 입 벌릴 수 있을까 생각하네.”
명이
요즘에는 별미의 나물이지만
예전에는 섬사람들 목숨을 잇게 해서
명이라 부른다는
울릉도 산마늘잎 장아찌
밥에 얹어 먹으며 문득
세상에는 참 잎도 많고
입도 많다는 것 생각하네
세상의 곳곳에서
기고 걷고 뛰고 날며
혹은 헤엄치며
하염없이 오물거리는 입들
과연 잎 없이 입 벌릴 수 있을까 생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