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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요일의 선택 -

    詩처방

    시요일과 함께하는 시詩 처방전 13

    2018-09-14

    시요일과 함께하는 시詩 처방전 13



    사연

    오재* 님


    작년 9월, 제 아버지는 한 마리의 나비가 되셨습니다. 하지만 고3인 저는 대학원서, 수능, 자기소개서 등 저를 둘러싼 상황들로 슬픔에 잠길 틈도 없었습니다. 그저 슬픔에 잠기고 싶었습니다. 훨훨 잘 날아다니시라고, 보내드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슬픔마저 희미해져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럴수록 죄책감은 커져만 갔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하나둘 해결되고 대학도 합격하고 한 학기가 지나 벌써 여름방학입니다. 하지만 9월이 다가올수록 잘 보내드리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에 아버지를 제대로 마주할 자신이 없습니다. 이런 저를 위한 처방전이 있을까요.



    처방시

    아들과 함께 보낸 여름 한철


    이상국


    아들과 천렵을 한다 다리 밑에서 웃통을 벗고

    땀을 뻘뻘 흘리며 소주를 마시며


    나도 반은 청년 같았다


    이제서 말이지만 나는 어려서 면서기가 되고 싶었다

    어떤 때는 벌레가 되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시인은 되었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이냐

    아들아, 시인에 대해서 신경 좀 써다오


    저 빛나는 어깨와 한 소쿠리는 되는 사타구니

    아들의 것은 다 내가 힘들여 만들었는데

    아직 새것이다

    근사하다 내가 저 아름다운 청년을 만들다니……


    내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그전에

    어른들이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했을 때

    나는 슬퍼했다

    지금도 외로울 때면 그 생각을 한다

    인터넷을 믿는 아들은 그런 슬픔을 모르겠지만


    아직 세상에는 내가 망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가진 게 별로 없기 때문인데

    다행이다

    그래도 아들에게는 천지만물을 거저 물려주었으니

    고맙게 여기고 잘 쓸 것이다


    세월을 건너가느라 은어들도 엄벙덤벙 튄다

    저것들은 물이 집이다

    요즘도 다리 밑에다 애들을 버리긴 버리는 모양인데

    알고 보면 우리가 사는 이 큰 별도 누군가 내다 버린 것이고

    긴 여름도 잠깐이다


    한잔 받아라



    처방전

    잘 쓰고 있나요


    김현(시인)


    먼저 이렇게 얘기를 시작하고 싶어요. 이미 그 마음에 빛나는 것이 있습니다.

    후회가 없는 헤어짐은 없지요. 우리는 무수한 이유와 근거로 모든 만남을 되돌아봅니다. 그때 우리를 한없이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건 무엇보다 후회라는 감정에서 비롯되는 것들이지요. 했으나 하지 말았어야 했던 일, 해야 했으나 하지 않은 일, 하고 싶었으나 할 수 없었던 일 같은 것들만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누구나 다 그렇습니다. 그게 모든 남겨진 자들의 숙명이지요. 그러나 그 숙명적 행위는 매번 매 순간 아름다운 쪽으로 창을 여는 것이겠지요. 지나온 날들이 아니라 다가올 날들로요.

    재* 님, 제 기억이 맞는다면 우리 구면이죠?

    그날 그 대낮에 당신은 제게 다가와서 인사하고 시처방전에 사연을 보냈다고 했고, 저는 아, 그러셨어요, 환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그 웃음이 이제 와서 가슴에 사무칩니다. 후회가 남습니다. 그때 제가 지금의 사연을 알고 있었더라면, 제가 재* 님의 손을 잡아줄 수 있었을 텐데요. 그게 못내 아쉽습니다. 그날, 재* 님의 눈망울이 저를 선하게 만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군요. 당신은 누구에게나 참 성실한 사람이군요. 성실한 사람만이 ‘그저 슬픔에 잠기고 싶었어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를 믿어보세요. 당신은 아버지의 성실한 아들이었습니다, 틀림없이.

    재* 님, 아버지에게 아직 못다 한 말들이 많죠?

    아버지를 이렇게 간단히 떠나보내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할 거예요. 네, 너무 이릅니다. 죽음은 늘 너무 이르지요. 부모와 자식이 함께 어울려 지내며 각자의 인생을 쌓아나가는 우리네 삶의 풍속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습니다. 부모와 자식은 언제까지 함께 여행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나이가 되도록 아버지와 단둘이서 여행을 다녀보지 못했습니다. 아니, 하지 않았지요. 저는 애당초 성실한 자식이긴 글러 먹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언젠가,라는 시간이 늘 있다는 듯이 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혼자 밥상 앞에 앉아 물에 만 밥을 뜨다가 아버지가 아닌, 선명한 이름을 가진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그는 어려서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부모도 없이 보육원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자신의 삶을 튼튼하게 세워야 했던 그에게 부모란 어떤 존재였을까? 부모가 없는 아들로서 그는 어떤 부모가 되고 싶었으며, 어떤 아들을 원했을까. 그런 걸 떠올리면 괜히 미안함과 후회가 밀려와 눈물이 차오르고 마른침을 꼴깍 삼킨 후에 아버지에게 전화해 안부를 묻고 했습니다. 말했지요. 저는 지금 밥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대꾸했습니다. 더울 땐 시원하게 살고, 추울 땐 따뜻하게 살아라. 아버지는 어머니와 또 달라서 세월이 흐를수록 목소리에 슬픔이 묻어나오지요. 부모와 자식은 언제나 이렇듯 마음의 지름길을 두고도 애먼 길을 돌아 서로의 마음에 가닿는가 봅니다. 그러니 재* 님의 지금 그 마음도 그저 먼 길을 더 멀게 도는 것이겠지요.

    아버지를 마주할 자신이 없는 건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아직 그를 죽음의 영역이 아니라 삶의 영역에 포함하고 있어서일 겁니다.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해서, 하고 싶은 일을 더 하고 싶어서 말이죠. 다 큰 자식이 되어 아버지와 여름 한철을 보내며 아버지를 부모가 아니라 ‘인생의 선배’나 ‘인생의 친구’로 마주할 기회를 아직은 포기할 수 없겠죠. 네, 그렇다면 아버지를 쉬이 보내지 마세요. 저처럼 혼자 밥을 먹다가 아버지에게 안부를 전해보는 것도 좋고요, 친구들과 떠난 여행에서 아버지 얘기를 여행담의 소재로 다루어도 좋겠지요. 아버지를 두고두고 떠올리는 일이 어쩌면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이 될지라도 아버지를 계속해서 당신 인생의 동반자로 남겨두길 바랍니다. 아버지도 사는 동안 내내 당신을 그렇게 여겼을 테니까요.

    재* 님 당신은 시를 읽고 시를 쓰려는 사람이지요?

    아버지와 함께 보낸 어느 한철을 시로 적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아버지를 죽음의 영역에서 삶의 영역으로 소환해오는 건 어떨까요. 시는 언제나 현재를 사는 것이니까요. 언젠가, 어느 밤에 책상 앞에 앉아 ‘아버지와 나’를 위한 시를 쓰는 당신의 모습을 아버지는 얼마나 고맙게 여길까요. 잘 쓰고 있다고요.


    2018.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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