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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요일의 선택 -

    詩처방

    시요일과 함께하는 시詩 처방전 04

    2018-03-09

    시요일과 함께하는 시詩 처방전 04



    사연

    황인* 님


    작년 8월 16일부터 좋아하는 누나가 생겼습니다. 첫눈에 반한 건 아니고요. 작년 고1 여름방학 때부터 그 누나에게 자꾸 시선이 갔습니다. 방학 동안 매일 급식실에서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좋아졌나봐요. 그런데 5개월간 짝사랑만 하고 있습니다. 긴 머리에 키가 큰 그 누나는 공부도 잘하고 정말 너무(!) 예뻐요. 저도 덩달아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고, 학교 기숙사에 있는 누나가 외박 갔다가 1시쯤 돌아오는 일요일에는 제가 거의 학교에 살다시피 합니다. 언젠가는 도저히 마음을 숨길 수 없어서 11월 11일을 기념해 빼빼로를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이 하필 저의 대만 여행과 겹쳐서 다음날인 12일 저녁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학교로 달려갔지만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그 후로도 복도에서 만나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해서 눈만 오래 마주치기다가 말았고 선물은 아직도 사물함에서 썩고 있습니다ㅠㅠ 크리스마스에는 고민 끝에 편의점에서 산 과자를 메모도 없이 신발장에 넣어놓고 왔어요. 쓰다 보니 진짜 제가 바보 같고 생각할수록 한심하네요;; 그 누나는 첫사랑이에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누나는 이제 고3이 됐어요. 어리숙한 고2의 짝사랑을 계속해야 할까요?ㅠㅠ 제게 처방을 부탁드려요.



    처방시

    봄


    이시영


    바람이 그치자 강산에 꽃들이 다투어 피어났다.

    온몸이 따스한 고양이 한 마리가 풀밭 위에서 처음 보는 공을 이리저리 굴려보고 있다.



    처방전

    봄에는 다 그런 겁니다


    김현(시인)


    고맙습니다,라는 말부터 전하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보내주신 사연 덕분에 어젯밤 힘껏 웃을 수 있었습니다. 입춘은 이미 지났으나, 어쩐지 저의 봄은 어젯밤부터 비로소 시작된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좋아하는 이야기란 또다른 한 사람을 이토록 건강하게도 합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둘만의 일이 아닙니다. 웅장한 일이지요. 지금 당신은 웅장한 존재입니다.

    ‘첫사랑’ 이 말을 꽤 오래 잊고 있었습니다. 저의 첫사랑은 꽤 괴로운 것이었습니다. 짝사랑이었거든요. 복도 저쪽에서 걸어오는 그 아이를 보면 부러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서성거리다가 그 애가 스쳐지나가면 재빨리 고개를 돌려 그 아이의 뒷모습을 보곤 했습니다. 말 못했지요. 그때 저의 우주는 온통 그 아이로 가득 차서 교과서를 펼쳐도 뜀박질을 해도 밥을 먹어도 자려고 누워도 그 아이의 빛나는 그림자만 보였습니다. 일기를 썼지요. 날짜를 셌습니다. 네, 저는 그 아이를 5월 17일부터 좋아했습니다. 사랑의 역사란 이토록 두고두고 되돌아볼 일입니다. 2017년 8월 16일에 시작된 당신의 사랑의 역사는 누구에게로 언제까지 이어지게 될까요. 저는 첫사랑과 짝사랑을 거쳐 긴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제 사랑의 역사도 끝나는 날이 오겠죠. 그런 걸 생각하면 아무래도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사랑이란 뭘까 궁리해봅니다.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그리되어버리는 것, 그게 첫사랑이겠죠. 첫사랑이라는 말을 들으면 언제나 봄의 앞날이 그려지곤 합니다. 더군다나 짝사랑이라뇨. 첫사랑과 짝사랑이 합쳐질 때 누군들 온몸이 소란스럽지 않을까요. 그 소란스러움을 저는 예찬하고 싶습니다. 그 마음의 일동기립을요.

    봄날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그 화창한 풍경을 다 뒤로하고 오로지 처음 보는 공에게만 몰두하는 광경에서, 역시나 첫사랑에 빠진 이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냄새 맡아보고 깨물어보고 쥐어보고 놓아보고 떨어져서 보고 가까이에서 보고 아는 척도 해보고 모르는 척도 해보고 함께 굴러가 보기도 하고 함께 소리 내어 보기도 하세요. 처음에는 다 그럽니다. 자신의 ‘첫’과 대면하는 모든 일 중에서 가장 온몸이 따뜻해지는 일이 바로 첫사랑을 경험하는 것이랍니다(물론 모든 사람이 사랑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명심할 것. 고양이는 몰두가 끝난 뒤에 미련 없이 공을 저 먼 곳으로 놓아보내는 일로 도도히 봄을 완결합니다. 모든 사랑의 감정은 내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것이기에 일방적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계속해야 하느냐고요? 그럼요. 계속해야죠. 첫사랑은 서성일 때 가장 뿌리 깊고 이루어지지 않을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거짓말 같죠? 봄에는 다 그런 겁니다.


    2018.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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