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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요일의 선택 -

    詩처방

    시요일과 함께하는 시詩 처방전 03

    2018-03-05

    시요일과 함께하는 시詩 처방전 03



    사연

    오은* 님


    작년 초에 처음 만나서 존경하고 사랑하게 된 선생님이 있는데 제가 올해 졸업입니다. 앞으로 자주 보지 못하더라도 그분이 저를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저는 그분 생각을 아주 많이 해서 온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혼자서 웃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든 그분이 앞으로 저를 떠올릴 만한 선물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을 위해 소설을 한편 써보긴 했는데 다른 무언가를 더 드리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도와주세요.



    처방시

    졸업


    김사인


    선생님 저는 작은 지팡이나 하나 구해서

    호그와트로 갈까 해요.

    아 좋은 생각,

    그것도 좋겠구나.


    서울역 플랫폼 3과 1/4번 홈에서 옛 기차를 타렴.

    가방에는 장난감과 잠옷과 시집을 담고

    부지런한 부엉이와 안짱다리 고양이를 데리고

    호그와트로 가거라 울지 말고

    가서 마법을 배워라.

    나이가 좀 많겠다만 입학이야 안되겠니.


    이곳은 모두 머글들

    숨 막히는 이모와 이모부들

    고시원 볕 안 드는 쪽방 뒤로

    한 블록만 삐끗하면 달려드는 ‘죽음을 먹는 자들’.

    그래 가거라

    인자한 덤블도어 교장 선생님과 주근깨 친구들

    목이 덜렁거리지만 늘 유쾌한 유령들이 사는 곳.


    빗자루 타는 법과 초급 변신술을 떼고 나면, 배고프지 않는 약초 욕먹어도 슬퍼지지 않는 약초 분노에 눈 뒤집히지 않는 약초를 배우거라. 학자금 융자 없애는 마법 알바 시급 올리는 마법 오르는 보증금 막는 마법을 익히거라. 투명 망또도 언젠가 쓸모가 있겠지.

    그곳이라고 먹고살 걱정 없을까마는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저 흑마술을 잘 막아야 한다.

    그때마다 선량한 사냥터지기 해그리드 아저씨를 생각하렴.

    나도 따라가 약초밭 돌보는 심술 첨지라도 되고 싶구나.


    머리 셋 달린 괴물의 방을 지나

    현자의 돌에 닿을 때까지,

    부디 건투를 빈다

    불사조기사단 만세!



    처방전

    마음은 아직 졸업하지 않았습니다


    김현(시인)


    ‘잘 지내시지요?’라고 안부를 여쭙고 싶은 선생님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이제는 소식을 알 수 없어서 종종 안부가 더 궁금한 분입니다. 한번은 선생님과 함께 교정을 걷다가 수양버들 아래 벤치에 앉았습니다. 저와 선생님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침묵에 곁을 내어주고 있었습니다. 그때 봄날의 운동장을 살펴보는 선생님 얼굴은 왜 그렇게 수척해 보였을까요. 선생님 수업이 가장 재미있다고 입을 열고 싶었지만, 끝내 말하지 못했습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에둘러 하고 싶었으나 선생님은 저를 보고 싱긋 웃으며 그만 일어날까, 하셨습니다. 지금도 선생님을 떠올리면 수양버들 속에 머물러 있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지곤 합니다. 그때 제가 조금 더 엉뚱한 아이였다면 어땠을까요. 마치 마법을 믿는 사람처럼. 저와 선생님의 얼굴은 다르게 기억됐겠죠.

    궁금합니다. 당신은 선생님의 ‘어떤 얼굴’을 떠올리면 배시시 웃음이 나오고 미래를 튼튼하게 설계할 기운을 얻나요. 선생님의 ‘어떤 표정’이 입시 너머에 있는, 당신을 기다리는 마법 같은 순간들을 삼삼하게 그려볼 수 있게 하나요. 당신을 꼭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은 선생님의 ‘어떤 마음’과 연결된 걸까요.

    지금 와 생각하면 그때 수양버들 아래 앉아 있던 그 순간에, 아무 말 없던 그 찰나에 선생님은 수줍은 제자의 생각을 읽고 “아 좋은 생각, 그것도 좋겠구나” 하고 말없이 마음을 전해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까 제 기억은 수척한 것이 아니라 무궁무진한 것이어야겠지요. 그때 봄날의 운동장을 살펴보는 선생님 얼굴은 왜 그렇게 무궁무진해 보였을까요. 무궁무진한 선생님이야말로 “현자의 돌에 닿을 때까지 건투를 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록 입술을 열지 않아도요.

    그러나 우리는 늘 선생을 뛰어넘는 제자.

    선생님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손글씨로 적어 선물하는 건 어떨까요.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연락드릴게요.’ 같은 지키지 못할 약속 말고요, 정말 더 지킬 수 없고 정말 더 휘황찬란한 거로 준비해보는 거예요. 가령, “저는 작은 지팡이나 하나 구해서 호그와트로 갈까 해요.” 같은 거요. 그때 선생님의 얼굴을 기억해보는 겁니다. 그때 선생님에게 지금 제 얼굴을 기억해주세요, 말해보는 겁니다. 세상에 단둘만이 아는 얼굴을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얼굴을 서로에게 선물해보는 겁니다. 아주 무궁무진한 미래를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지킬 수 있는 말을 덧붙여 보는 겁니다.

    추신: “선생님 제 마음은 아직 졸업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일도 결국은 누군가를 계속해서 잊지 않는 일이랍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박영희 선생님……


    2018.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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