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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요일의 선택 -

    詩처방

    시요일과 함께하는 시詩 처방전 02

    2018-02-05

    시요일과 함께하는 시詩 처방전 02



    사연

    고민주 님


    저는 제주도에 사는 고등학생입니다. 제주는 시내 인문계를 들어가기 위해선 연합고사를 보고 내신을 포함한 점수가 커트라인보다 높아야만 하는데요. 중학교 때는 시내인문계만 입학하면 다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힘겹게 들어온 인문계 생활은 예상과 달리 더 막막해졌습니다. 고교 생활이 대학 진학과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 부담은 더 커지고 계속해서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잘 나오지 않는 성적은 의욕을 사그라지게 하고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등 다양하게 저를 괴롭혔습니다. 어느날은 이런 생활이 너무 힘들고 싫어서 학교에서 하루 종일 울기만 했습니다.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주는 친구들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다 흘려보내기만 합니다. 부모님과 상의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언니의 사춘기 때 너무 힘들어하던 부모님을 지켜본 저로서는 쉽게 고민을 털어놓기 어렵기만 합니다. 결국 요즘은 그냥 괜찮은 척, 더 밝은 척하며 주변의 걱정스러운 시선들을 견디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더 힘들지만 그래도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참고 인내합니다. 지금은 견딜 수 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막막합니다.



    처방시

    그 머나먼


    진은영


    홍대 앞보다 마레 지구가 좋았다

    내 동생 희영이보다 앨리스가 좋았다

    철수보다 폴이 좋았다

    국어사전보다 세계대백과가 좋다

    아가씨들의 향수보다 당나라 벼루에 갈린 먹 냄새가 좋다

    과학자의 천왕성보다 시인들의 달이 좋다


    멀리 있으니까 여기에서


    김 뿌린 센베이 과자보다 노란 마카롱이 좋았다

    더 멀리 있으니까

    가족에게서, 어린 날 저녁 매질에서


    엘뤼아르보다 박노해가 좋았다

    더 멀리 있으니까

    나의 상처들에서


    연필보다 망치가 좋다, 지우개보다 십자나사못

    성경보다 불경이 좋다

    소녀들이 노인보다 좋다


    더 멀리 있으니까


    나의 책상에서

    분노에게서

    나에게서


    너의 노래가 좋았다

    멀리 있으니까


             기쁨에서, 침묵에서, 노래에게서


    혁명이, 철학이 좋았다

    멀리 있으니까


             집에서, 깃털 구름에게서, 심장 속 검은 돌에게서




    처방전

    먼나무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김현(시인)


    한번은 제주에 갔다가 ‘먼나무’라는 나무를 알게 되었습니다. 먼나무는 바닷가 숲에 자라는 늘 푸른 키 큰 나무로, 거의 반년에 걸쳐 붉은 열매를 매달고 있습니다. 먼나무가 그 긴 시간 동안 열매를 매달고 있는 이유는 새들에게 겨우살이에 필요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그 새들을 통해 씨앗을 더 멀리 퍼뜨리기 위해서라고 해요. 제주 전역에서 짙푸른 잎 사이에 붉은 열매를 매단 나무를 볼 수 있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먼나무를 처음 보고는 한겨울 섬에 먼나무 한 그루, 새들이 찾아와 섬이 외롭지 않았네,라는 구절을 시로 완성하지는 못했으나 ‘먼나무’이름을 수첩 한쪽에 써두고 언젠가는 가까이 있으나 멀리 있는 나무에 관한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요. 때때로 가까이 있어 선명한 것보다 멀리 있어 희미한 것을 좇는 삶의 여정도 필요한 법입니다.


    가까이에서 정답을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나요? 오답이 아니라 정답만이 인생의 항로를 결정해줄 수 있다고 배우고 있나요? 매사 흐리멍덩한 사람보다 약삭빠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듣고 있나요? 하지만 모두가 가까이 있는 것만을 보려고 했다면 망원경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테고, 별과 별을 이어 별자리를 상상한 이도 없었을 테고, 모험을 시작하기 위한 지도 또한 생겨나지 않았을 겁니다. 달이 등장하지 않는 시의 목록은 얼마나 심심한 것이었을까요.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먼 곳에서 더 가까운 나를 찾기도 하는 법입니다. 당신 자신을 먼나무 한 그루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만약, 그렇게 생각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면 다음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누구에게라도 좋으니 자신의 마음과 가까이 있는 말을 들려주세요. 지금 내 마음의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요. 몸이 하는 궂은일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게 되지만, 마음의 궂은일은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당신을 위해 필요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보세요. 나는 지금 어둡고 나는 지금 괜찮지 않습니다, 이런 말은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가까운 말입니다. 운 좋게도 곁에 있는 이들에게 이런 말을 털어놓게 되었다면, 이제 다시 답을 찾아보는 겁니다. 스스로가 정해놓은 자신만의 책상에서요. 슬픔에서요. 분노에서요. 그리고 써 보는 겁니다. 기쁨을요. 침묵을요. 나를요. 나는 더 멀리 가고 싶다. 그렇게 아름답게 시는 시작됩니다.


    2018. 2. 5


    (이미지를 누르시면 도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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