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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요일의 선택 -

    詩처방

    모든 이별은 옳다

    2018-07-30

    시요일과 함께하는 시詩 처방전 11



    사연

    나* 님


    첫 남자친구와 오랜 연애 끝에 첫 이별을 택했습니다.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간간이 찾아오는 마음 한구석 허한 감정은 어쩔 수가 없네요. 후회와 미련을 모두 떨쳐내고 꿋꿋이 홀로 설 수 있는 날이 곧 오겠죠? 씁쓸하고 아린 저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그리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처방전이 필요해요!



    처방시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이제니


    그래봤자 결국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오늘부터 나는 반성하지 않을 테다. 오늘부터 나는 반성을 반성하지 않을 테다. 그러나 너의 수첩은 얇아질 대로 얇아진 채로 스프링만 튀어오를 태세. 나는 그래요. 쓰지 않고는 반성할 수 없어요. 반성은 우물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너의 습관. 너는 입을 다문다. 너는 지친다. 지칠 만도 하다.

    우리의 잘못은 서로의 이름을 대문자로 착각한 것일 뿐. 네가 울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면 나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겠다고 결심한다. 네가 없어지거나 내가 없어지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그러나 너는 등을 보인 채 창문 위에 뜻 모를 글자만 쓴다. 당연히 글자는 보이지 않는다. 가느다란 입김이라도 새어나오는 겨울이라면 의도한 대로 너는 네 존재의 고독을 타인에게 들킬 수도 있었을 텐데.

    대체 언제부터 겨울이란 말이냐. 겨울이 오긴 오는 것이냐. 분통을 터뜨리는 척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중얼거린다. 너는 등을 보인 채 여전히 어깨를 들썩인다. 창문 위의 글자는 씌어지는 동시에 지워진다. 안녕 잘 가요. 안녕 잘 가요. 나도 그래요. 우리의 안녕은 이토록 다르거든요. 너는 들썩인다 들썩인다. 어깨를 들썩인다.


    헤어질 때 더 다정한 쪽이 덜 사랑한 사람이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나는 더 다정한 척을, 척을, 척을 했다. 더 다정한 척을 세 번도 넘게 했다. 안녕 잘 가요. 안녕 잘 가요. 그 이상은 말할 수 없는 말들일 뿐. 그래봤자 결국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처방전

    모든 이별은 옳다


    김현(시인)


    그래봤자,라는 말 참 좋지요?

    월요일 앞에 그래봤자를 붙이면 어쩐지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무례한 사람 앞에 그래봤자를 붙이면 어쩐지 가벼이 능멸하는 기분이 듭니다. 사랑이라는 말 앞에 붙는 그래봤자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연애의 추를 수평으로 돌아오게 만들고, 이별이라는 말 앞에서 그 말은 어떤 결심을 실행하게 합니다. 처음이라는 말 앞에 오는 ‘그래봤자’는 어떻게 기능할까요?

    어제는 한 사람에게서 ‘연애는 한 채의 집’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는 연애의 집을 허물기 전에 들고나와야 할 건 들고나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설령, 그것이 그 집에서 가장 쓸모없고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추해서 아무도 탐내지 않는 것이라도 훗날 나에게 소중한 걸로 남겨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별의 플러스 법칙’이랄까요. 마이너스라고 여겨지는 감정들이 결국에는 다음 연애의 플러스가 되게 마련이라는 것이지요. 저는 지지난 연애들을 떠올렸습니다.

    그 시절 저는 스스로를 아끼고 제 안에서 먼저 사랑을 키우기보다는, 제가 제 자신에게 주지 못한 사랑을 다른 이에게서 찾고자 했던 반쪽짜리 연애를 하는 인간이었습니다. 사랑을 주기만 하고,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에는 깊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나를 지키지 못하고 추해졌지요.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에게 울며 빌며 매달렸습니다. “다정한 척”을 한 셈이지요.

    연애가 한 쌍의 일이 아니라 두 사람의 일이라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저는 또다시 연애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사랑을 받는 데에만 익숙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상대가 제게 잘할수록 상대를 조정할 수 있다 믿으며 사랑을 기만했습니다. 그건 상대에 대한 무례였지요. 결국에 저는 그 사랑에서도 중도 탈락했습니다. 넘어야 할 선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분간하지 못했죠. 연애가 정의로운 일이라는 것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특별히 더 현명한 연애를 한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적어도 이제 저는 저 자신을 연애의 주체로 생각하고 상대 역시 연애의 주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몇번의 ‘첫 이별’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우리는 이별할 때 비로소 하나의 연애를 완결하게 된다는 겁니다. 두 사람이 한 채의 집을 쌓아올리는 것도, 그 집을 허물어 상대방이 챙겨가지 않는 벽돌을 하나씩 들고나오는 것도, 그 벽돌만 한 마음의 구멍을 창문 삼아 나와 타인의 마음을 내다보기 위해서지요. 마음이 벽돌 같던 순간과 마음에 벽돌이 떨어진 순간과 마음의 벽돌을 바라보는 순간과 마음의 벽돌이 사라진 곳을 쓰다듬는 순간이 ‘그래봤자, 첫’입니다.

    너와 내가 허물고 치워버린 연애의 자리에 후두둑 떨어져 앉는 나뭇잎을 상상해보는 일은 그럴싸하지 않나요. 그때 내가, 네가, 듣는 소리는 이별의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사랑이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소리일 겁니다. 모든 이별은 옳아요. 모든 이별은, 옳아요. 모든 이별은 모든 사랑의 다름 아닙니다.


    2018.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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