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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요일의 선택 -

    詩처방

    시요일과 함께하는 시詩 처방전 09

    2018-07-02

    시요일과 함께하는 시詩 처방전 09



    사연

    김미* 님


    잘 살아보겠다고 혼자 상경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 긴 시간 동안 서울에서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어 마음이 늘 외롭습니다. 일을 마치고 텅 빈 자취방에 들어가면 나를 반겨주는 건 고요한 정적뿐입니다. 허한 마음에 냉장고를 열면 엄마가 보내주신 반찬들이 가득한데 왠지 입맛이 없어 다시 문을 닫곤 해요. 분명 열심히 살고 있다고는 느끼는데 마음이 힘들어요. 이런 저에게 처방전이 필요합니다.



    처방시

    동유럽 종단열차


    이병률


    왜 혼자냐고 합니다

    노부부가 호밀빵 반절을 건네며

    내게 혼자여서 쓸쓸하겠다 합니다

    씩씩하게 빵을 베어물며

    쓸쓸함이 차창 밖 벌판에 쌓인 눈만큼이야 되겠냐 싶어집니다

    국경을 앞둔 루마니아 어느 작은 마을

    노부부는 내리고 나는 잠이 듭니다


    눈을 뜨니 바깥에는 눈보라 치는 벌판이

    맞은편에는 동양 사내가 앉아 나를 보고 있습니다

    긴긴 밤 말도 않던 사내가 아침이 되어서야

    자신은 베트남 사람인데 나더러 일본 사람이냐고 묻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을 뿐 그에게 왜 혼자냐고 묻지 않습니다

    대신 어디를 가느냐 물으려다 가늠할 방향이 아닌 듯해 소란을 덮어둡니다

    큰 햇살이 마중나와 있는 역으로

    사내는 사라지고 나는 잠이 듭니다


    매서운 바람에 차창은 얼고 풍경은 닫히고

    달려도 달려도 시간의 몸은 극치를 향해 있습니다

    바르샤바로 가려면 이 칸에 있고

    프라하로 가려면 앞 칸으로 가라고 차장은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어디로든 가지 않아도 됩니다

    어디든 지나가도 됩니다

    혼자인 것에 기대어 가고 있기에



    처방전

    고요와 냉장 사이


    김현(시인)


    우리는 언제쯤 혼자에 익숙해지는 걸까요.

    저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레 부모님 품을 떠나 혼자만의 살림을 꾸렸습니다. 작은 방에 더 작은 부엌이 딸린 집이었으나, 열아홉 자취생활은 그 자체로 드넓었습니다. 자유분방했지요. 청소하지 않아도, 요리하지 않아도, 빨랫감을 2~3주씩 쌓아두어도 누구 하나 간섭하는 이가 없는 ‘자기만의 방’은 진정한 해방구였습니다. 부모가 주기적으로 보내온 밑반찬을 한번 맛보지도 못하고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때면 한순간 죄책감에 시달렸으나 곧 잊혔습니다. 쓸쓸할 겨를이 없었던 셈이지요. 캠퍼스의 낭만을 알아챈 신입생이었으니까요.

    저는 쓸쓸할 틈이 있어야 스스로를 돌아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로부터 수년 뒤에 알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혼자 살며, 직장생활과 살림을 함께 꾸리는 사이사이예요. 냉장고 문을 괜스레 열었다 닫았다 하는 일이 만국 공통의 ‘언어’라는 것, 입맛이란 녀석은 왜 매번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지, 열심히 산다는 말은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한테서 꼭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는 것을 차츰 깨쳤습니다. 마치 ‘혼자를 기르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나가듯이요. 혼자 살아가는 버릇을 잘 들여놓아야 어른이 되는 거라는 어른들의 말을 귓등으로 듣던 때에는 몰랐습니다. 혼자 잘 산다는 말이 혼자서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혼자를 잘 사는 것이라는 걸요.

    자취 경력자로서 늘 혼자인 것에 자신만만했던 제가 혼자라는 ‘상태’를 구체적으로 돌아보게 되는 건 무엇보다 부모가 보내온 택배 상자와 마주할 때입니다. 김치나 양파장아찌, 된장과 참기름 등을 앞에 두고 저는 저 자신이 여전히 누군가(부모)에게 기대어 살고 있는 처지임을 단단히 알았습니다. 그 대면은 허하고 외롭다기보다는 쓸쓸한 것이었지요. 쓸쓸하다는 건 혼자인 것이 아니라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런 혼자인 상태를 점차로 긍정하고 나니 어쩌면 우리의 생활은, 삶은 텅 빈 정적과 꽉 찬 냉장고 사이를 그저 왔다 갔다 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생활 철학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밥상 앞에 앉아 음식들과 대화하며 즐겁게 밥을 먹는 법을 배웠다고 하면, 이상할까요? 웃길까요?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던 때를 떠올려봅니다. 잘 살아보겠다고 살았지만, 남들처럼 살지 못해 첫 실업급여를 받을 때였습니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동해까지 가는 밤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혼자에 기대어 간다는 것에 익숙하지 못해 맥주 여러 캔을 벌컥벌컥 마시고 차창 밖의 검은 고요를 즐길 새도 없이 쓰려져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눈을 뜨니 텅 빈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지요. 처음으로 혼자 고깃집에 갔던 날도 납니다. 호기롭게 들어가 돼지갈비 2인분을 구워 먹고 집으로 와서는 가스 활명수를 찾았습니다. 처음으로 혼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처음으로 혼자 극장에 갔을 때, 처음으로 혼자 사랑에 빠졌을 때, 처음으로 혼자 울었을 때를 되돌아보면 나는, 우리는 혼자서 참으로 많은 일을 해내며 살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를 혼자 두지 않는 씩씩한 사람으로 자라나 우리는 자신의 등을 누군가에게 내어주고 싶게끔 되는 게 아닐까요. 사랑도 우정도 모두 등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런 등을 머릿속에 그려보면 어느새 혼자서도 무슨 일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이 되지 않나요. 비록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어디선가. 혼자는 혼자를 만납니다.

    사람은 사람에게 기대며 사는 존재라지만 때때로 그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월급날 나를 위해 굽는 소고기나 나를 위해 사주는 구두, 나를 위해 읽는 책 한 권이 나의 한 달을 튼튼하게 떠받친다는 것은 명쾌한 사실이지요. ‘분명 열심히 살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차근차근 혼자에 기대어 사는 사람이랍니다. 쓸쓸하게 씩씩하게.


    2018.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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