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로그인
  • 시요일 목록
    • 시인 목록
    • 시집 목록
    • 청소년시집 목록
    • 동시집 목록
    • 고시조대전 목록
  • 고시조
    • 초장 색인
    • 수록 문헌 목록
    • 작가 목록
  • 시요일의 선택
    • 처음
    • 지금의 시선
    • 모든 것을 담은 시선
    • 책으로 만나는 시선
  • 시요일 추천
    • 오늘의 시 목록
    • 테마별 추천시
  • 검색
    • 통합 검색
    • 태그 검색
  • 귀로 보는 시
    • 시선 낭송
    • 청소년시선 낭송
  • 시作일기
    • 보는 詩간
    • 쓰는 詩간
    • 담는 詩간
  • 시요일 도서관은
  • 문의하기
    • 시요일 목록
      • 시인 목록
      • 시집 목록
      • 청소년시집 목록
      • 동시집 목록
      • 고시조대전 목록
    • 고시조
      • 초장 색인
      • 수록 문헌 목록
      • 작가 목록
    • 시요일의 선택
      • 처음
      • 지금의 시선
      • 모든 것을 담은 시선
      • 책으로 만나는 시선
    • 시요일 추천
      • 오늘의 시 목록
      • 테마별 추천시
      • 태그별 시
    • 검색
      • 통합 검색
      • 태그 검색
    • 귀로 보는 시
      • 시선 낭송
      • 청소년시선 낭송
    • 시作일기
      • 보는 詩간
      • 쓰는 詩간
      • 담는 詩간
    • 시요일 도서관은
    • 문의하기
    • 로그인

    시요일의 선택 -

    詩처방

    시요일과 함께하는 시詩 처방전 08

    2018-06-22

    시요일과 함께하는 시詩 처방전 08



    사연

    김정* 님


    퇴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아니라 순전히 저의 마음 때문인 것은 퇴사사유가 될 수 없을까요. 사유를 밝혀야 해, ‘이 직장이 싫다’ 하면 미움 받겠지, 미움 받기는 싫고, 그러면 다른 핑계를 만들어내야겠지... 미움 받을 것을 겁내서 괜한 이유를 만들어버려요. 퇴사하는 마당에 꼭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 하는 걸까 싶다가도 인간관계는 다 이어져 있어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지 싶어 한번 더 신경 쓰게 되네요. 버텨야 하는 곳이 아니라 계속 해나가고 싶은 직장에 다니고 싶은 것은 욕심이고 헛된 기대일까요. 다음 직장을 구하기 전에 마음을 다독여주고 싶습니다.



    처방시

    문턱에서


    안미옥


    요가학원에 갔다가

    숨 쉬는 법을 배웠다


    가슴을 끝까지 열면

    발밑까지 숨을 채울 수 있다

    숨을 작게 작게 쉬다보면

    숨이 턱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되면

    그러면 그게 죽는 거고


    나는 평평한 바닥을 짚고 서 있었다


    몸을 열면

    더 좋은 숨을 쉴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몸을 연다는 게 무엇인지 몰랐지만


    공중에 떠 있는 새의 호흡이나

    물속을 헤엄치는 고래의 호흡을 상상해


    숨이 턱 밑으로

    겨우겨우 내려가는 사람들이 걸어간다

    숨을 고를 겨를도 없이

    두 눈은 붉은 열매 같고


    행진을 한다

    다 같이 모여 있다


    숨을 편하게 쉬어봐

    좀더 몸을 열어봐


    나는 무언가 알게 된 사람처럼

    유리문을 연다



    처방전

    기대하는 마음


    김현(시인)


    퇴사를 준비하다 보면 여러 생각이 다 들지요. 돌이켜보면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다하다 모아둔 회사 앞 카페 쿠폰은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퇴직 과정에 돌입하며 제가 한 대부분의 고민은 퇴직 사유란에 적어야 할 말들이었습니다. ‘일신상의 이유로’라는 쉬운 정답이 있었으나, 어쩐지 그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있는 노동자의 마음이 있었던 거지요.

    도대체 나는 왜 퇴사하려 하는가.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남아 있을 이유가 아니라 떠나야 할 이유를 찾으려 하니 자꾸만 다닐 수 없는 마음이 아니라 다니기 싫은 마음에 더 가닿았습니다. 단순해졌지요. 싫은 마음에 가까이 가보니 나는 퇴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퇴사 이후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기대할 수 있는가, 그만두려는 마음과 시작하려는 마음을 두루 살펴서 사유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일신상의 이유로 퇴직하고자 합니다’라고 적었습니다. 명확해졌습니다. 퇴사와 이직 사이의 제 삶에는 욕심과 헛된 기대만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직장 선배와 동료들로부터 퇴사 한번 하면서 뭐 그리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고민을 하느냐, 싫으면 싫은 거지, 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런 ‘이유 만들기’를 통해 얻은 것들 덕분에 저는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단편영화 연출을 했고, 새로운 직장에 필요한 조건(격주 주말 근무가 없는 곳일 것, 야근 수당은 있거나 없다면 밥은 줄 것 등)을 스스로 정해놓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직장생활(퇴사도 직장의 생활이지요)을 완료하면서 배우는 건 그만두는 마음가짐이기도 하지만 시작하는 마음가짐이기도 합니다.

    먹고살기 위한 노동 현장에서 우리는 버틸 수 있는 것과 버틸 수 없는 것 사이를 수시로 오가며 살아갑니다. 그런데도 변치 않는 건 계속해서 나의 노동으로 나의 몸과 마음을 건사하겠다는 다짐이지요. 그런 다짐 가운데 우리는 어느덧 누군가의 든든한 직장동료, 선배, 후배가 되어 퇴사를 만류하고, 지지하고, 퇴사와 퇴사 사이에서 스스로 챙겨야 할 실속에는 어떠한 것들이 포함되어야 하는지를 꼼꼼히 점검해주는 건 아닐까요. 고민이 많던 사람이 결국엔 고민이 많은 사람의 말에 더 귀 기울일 줄 알게 된다는 현장의 원리를 우리는 모르지 않지요.

    최근에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다가 ‘내가 휴식을 택하는 게 아니라 휴식이 나를 택하는 겁니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라틴 문화권의 나라에서 행해지는 ‘낮잠 자는’ 풍습(시에스타)을 자기 스스로 정의하는 것의 일부였습니다. 멋진 말이지요. 내가 퇴사를 택하는 게 아니라 퇴사가 나를 택하는 겁니다,라는 말은 어떤가요. 김정* 님의 사연을 읽으면서, 누구보다 자신의 노동력을 헛되이 쓰고 싶어하지 않는 당신에게 퇴사의 문턱에서 내려와 좀더 몸을 열고 편안하게 숨 쉬는 시간을 가지라고 우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퇴사 사유란에 일신상의 이유로,라고 적고자 마음먹고 앞으로 나에게 어떤 휴식을 만끽하게 해줄 것인지를 더 고민해보길 바랍니다. 그런 휴식 뒤에 당신은 “무언가 알게 된 사람처럼” 다시, 새로운 곳에 서 있을 겁니다.


    2018. 6. 22


    (이미지를 누르시면 도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다른 글 읽기

    (주) 창비 10881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84 (413-756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513-11) 대표이사 : 염종선
    사업자등록번호 : 105-81-63672통신판매업번호: 제2009-경기파주-1928호
    전화 031-955-3381, 3359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copyright (c) Changbi Publishers, Inc.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CHANG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