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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요일의 선택 -

    詩처방

    시요일과 함께하는 시詩 처방전 07

    2018-06-15

    시요일과 함께하는 시詩 처방전 07



    사연

    인* 님


    저는 취업준비생입니다. ‘취준생’이라면 으레 겪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조급함도 문제지만, 저는 성취의 경험과 감정이 사라지는 날들이 가장 힘듭니다. 매번 미끄러지는 자소서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주 사소한 것들인데요, 일기가 밀린다든지 아끼던 식물이 시들어버린다든지 하는 것 때문입니다. 아주 작은 성취조차 경험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계속 웅크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됩니다. 저는 언제고 실패하고야 말 사람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막연하게 이 세상 어디엔가 제 쓸모가 있으리라 믿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 흔들립니다. 저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처방시

    그네


    문동만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그 반동 그대로 앉는다

    그 사람처럼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

    흔들림이야말로 결연한 사유의 진동

    누군가 먼저 흔들렸으므로

    만졌던 쇠줄조차 따뜻하다

    별빛도 흔들리며 곧은 것이다 여기 오는 동안

    무한대의 굴절과 저항을 견디며

    그렇게 흔들렸던 세월

    흔들리며 발열하는 사랑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누군가의 몸이 다시 앓을 그네



    처방전

    흔들리는 마음


    김현(시인)


    어제였습니다. 마침 다음날은 휴일이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이만저만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아서 우산도 없이 줄넘기를 들고 집 앞 놀이터에 나가 줄을 넘었습니다. 달밤의 체조 대신 비 오는 밤에 줄넘기한 셈이지요. 처음 몇번 넘을 때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누가 보면 어떻게 생각하려나, 잡생각이 들더니 쉰 번쯤 줄을 넘으니 무념무상으로 쉰하나, 쉰둘, 쉰셋 하며 횟수를 세게 되었습니다. 시원했습니다. 드디어 마음에 바늘구멍을 뽁 뚫어놓은 것 같았다고 할까요. 봄밤에 비 맞으며 줄넘기를 해본 사람이 되고 보니 어수선했던 생각들이 조금은 자리를 잡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온수 매트를 약하게 틀어놓고 홑이불 한장을 덮고 좋아라, 잤습니다.

    저는 어젯밤 무엇을 성취한 걸까요. 줄넘기 200번? 생각의 정리? 마음의 실을 꿸 수 있는 바늘구멍? 꿀잠? 비 오는 밤 줄넘기는 어떨까요. 어젯밤 대한민국에 사는 이 중에 비 맞으며 줄넘기를 해본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열 손가락이면 충분할까요? 부족할까요?

    올해 초 저는 누구나 그러하듯 몇가지 새해 다짐을 하였습니다. 그중에는 이런 것이 있습니다.

    ‘올해는 주 3회 줄넘기를 하다 마는 사람이 되자.’

    네, 주 3회 줄넘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노력)하다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저의 새해 다짐이었습니다. 저도 어지간히 성취와는 거리가 먼 인간이지 뭡니까. 그런데 요즘 그 새해 다짐을 이르게 성취하여 웅크린 사람이기는커녕 떳떳한 사람이 되어 기고만장해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다짐들을 남발합니다. 분리수거 배출을 미루지 않다가 미루는 사람이 된다거나 퇴근하면 휴대전화를 모른 척하기로 했다가 그걸 못하는 사람이 된다, 같은 것들이지요. 저는 다짐한 지 일주일 만에 두 가지 다짐을 모두 성취했습니다. 결심이 확고해 딱딱한 각오를 가진 사람도 멋지지만, 저는 아무래도 자꾸만 이리저리 흔들리겠다고 각오 아닌 각오를 하는 물렁한 사람 쪽에 더 끌립니다. 어려서부터 끈기도 부족하고 싫증도 잘 낸다는 소릴 들으며 자랐기 때문일까요. 저는 그렇게 자라서 지금도 여전히 흔들흔들 재밌게 삽니다. 비 오는 밤 줄넘기는 얼마나 쓸데없고 흥미로운 성공인지요.

    입시를 준비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연애와 결혼을, 자립을 준비하고, 이직을 준비하고, 자차와 자가를 준비하고,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고, 학부모를 준비하고, 승진과 퇴직을 준비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며 우리는 어쩌면 참 유용한 성취 중독자들이 된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의 인생사를 조금 더 유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그런 획일화된 성취의 순간들이 아니라 남들은 모르는, 남들에게는 무용한 나만의 성취가 아닐까요. 초여름 저녁에 누구를, 무엇을 위해서도 아닌 채로 그네를 타는 일은 어떨까요. 더 많이 흔들릴수록 더 높이 올라가 더 멀리 볼 수 있는 일. 흔들려야 멈추는 순간이 있지요.

    수도 없이 미끄러진 자소서를 가지고 있고, 자주 식물을 죽인 이력이 있으며, 여러 차례 등단의 고배를 마셨던 사람으로서 제가 인* 님에게 건넬 수 있는 시작의 말은 이런 겁니다. 저는 지금도 여전히 실패를 반복하는 인간이며 그런데도 계속해서 성취 중인 인간입니다. 제가 타고 있던 그네를 당신에게 양보하겠습니다. 오세요. 비도 오고, 줄넘기도 들고.


    2018.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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