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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요일의 선택 -

    詩처방

    고양이의 언어

    2018-04-09

    시요일과 함께하는 시詩 처방전 05



    사연

    김신* 님


    저에겐 13년, 14년 된 고양이 두 마리가 있습니다. 사람 나이로 칠십이 넘은 고양이들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예감하면서도 얼마 전, 응급실에 입원할 정도로 아픈 한 녀석을 보며 또 이대로는 보내주기 싫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떠나보내야 하고,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 잘 알면서도 마음을 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아픈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하루라도 더 편히 살다 가게 해주고 싶은데, 시간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처방시

    고양이에게


    이상교


    고양이야,

    옛날얘기 해 줄까?


    야옹.


    옛날 옛날에

    엷은 노랑 바탕에

    갈색 줄무늬 고양이가 한 마리 살았대.


    야옹.


    고양이는 두 귀가 쪼삣 올라가고

    눈은 동그랗고

    코는 촉촉, 입은 조그맣고

    혓바닥은 얇디얇은 분홍 장미 꽃잎 같더래.


    야옹.


    고양이한테는

    사람 친구 하나가 있었는데

    둘은 보아도 자꾸 또 보고 싶더래.

    잘 때도 꼭 붙어 자더래.


    야옹.


    그 친구가

    누군지 알겠니?


    야아옹!



    처방전

    고양이의 언어


    김현(시인)


    어제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여앉아 수다를 떨었습니다. 우리는 지난겨울에 마지막으로 만났고, 각자 한 계절을 보낸 뒤라 서로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이 참 많았습니다. 환절기에 방심하다 지독한 감기에 걸려버린 이야기는 제가 꺼냈고, 또 한 친구가 휴학하고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하자, 휴학 중인 다른 친구는 ‘고급인력’이라는 농담을 했습니다.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이제 막 길고양이를 구조해 이름을 붙이고, ‘고양이의 언어’를 배워가고 있다는 친구의 상냥한 말들이었습니다. 그는 고양이에게 놀이기구를 사주고, 기쁘면 야옹 해보라며 말 걸고, 그 작고 앙증맞은 고양이가 정말 야옹 소리를 들려준 뒤로 마침내 자신이 ‘강아지의 사람’에서 ‘고양이의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생생한 증언을 들려주었습니다.

    13, 14년 전에 당신은 얼마나 상냥한 사람이었나요? 얼마나 빠르게 당신은 ‘사람의 고양이’라는 태도를 포기하고 ‘고양이의 사람’이 되었나요? 이런 물음 앞에서 대개 환한 얼굴을 갖게 되는 사람, 그이가 바로 고양이의 친구, 고양이의 식구겠지요.

    당신은 고양이의 언어를 몇가지나 알고 있나요? 저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심해 한번도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의 언어를 하나도 알지 못하지요. 그래서 늘 고양이의 언어를 이해할 줄 아는 이들을 보면 눈빛이 초롱초롱해지곤 합니다. 고양이의 언어를 배웠더라면 저는 지금쯤 조금 더 상냥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요? 저는 십년 넘게 두마리 고양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듣어왔던 당신의 집사 시절이 축복받은 시간이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현재의 행복이 곧 과거의 행복이며 미래의 행복이지요.

    자신의 집에서 오랫동안 고양이를 키웠고, 길고양이들을 돌봤던 저의 오랜 연인은 지금도 무지개다리를 건너 사라진 고양이가 꿈에 나올 때면 꿈밖으로 나오지 않고 자꾸만 따라가서는 고양이의 언어를 사용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우정에 관한 눈물은 그렇게도 멀리 번지고 흐르는 거겠지요. 인간이 인간 아닌 것에 정이 깊어지는 일은 어째서 벌어지는 걸까요. 그때 인간은 무엇을 확인하고 싶고 무엇을 확인하게 되는 걸까요.

    짝꿍에게는 꿈의 내부에서도, 꿈의 바깥에서도 그 옛날 고양이가 늘 현재하는 고양이입니다. 육신이 없으나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믿음, 그 믿음의 결정체를 우리는 영혼이라는 말로 부르는 거겠죠. 그러니까 당신은 곧 고양이의 영혼을 곁에 두고 다시 그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언어를 배우게 될 사람입니다. 참 야릇한 일이지요. 그런 걸 생각하면 고양이는 참 끝없는 동물입니다.

    장 그르니에가 쓴 「고양이 물루」라는 산문을 좋아합니다. 작가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 ‘물루’의 삶이 담긴 글인데요, 짐승들의 세계는 ‘침묵과 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진술로 시작해 죽은 물루를 작가가 땅에 묻고 돌아서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물루가 묻힌 곳에 눈이 덮이는 것을 보고 장 그르니에는 돌아가 이삿짐을 쌉니다. 그때 장 그르니에가 본 것은 물루의 침묵이었을까요? 도약이었을까요?

    언젠가 당신은 고양이들이 조용히 엎드려 있던 자리를 보면서 하늘 끝까지 뛰어오른 두마리 고양이의 행복을 기원하게 될 겁니다. 생의 기쁨을 맛보겠지요. 네, 당신은 옛날 옛적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고양이의 사람’입니다. 그러니 그저 고양이들 곁에 가서 말 붙여보세요. 기쁘면, 야옹, 해봐.


    2018.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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