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연’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인연처럼 고양이와도 ‘묘연’이 있다는 뜻이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하고 또 믿는다.
20대 중반에 독립한 이후로 정말 오랫동안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다. 처음 데려올 뻔한 고양이는 결국 임시보호자가 입양하기로 했고 두번째 데려올 뻔한 고양이도 임시보호자가 입양했다. 정이 들어서 보내지 못하겠다는데 할 말이 없었다. 대체 고양이가 어떤 존재이길래! 그뒤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졌지만 고양이는 좀체 나에게 와주지 않았다. 그러다 ‘내 고양이가 될 뻔한’ 아이를 입양한 분이 여러마리 고양이 사진을 휴대폰으로 보내주었다. 지인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그중 마음이 가는 아이가 있으면 입양해도 좋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한눈에 내 고양이를 알아봤다. 사진을 보는 순간 ‘얘구나’ 싶었다. 네가 오려고 다른 아이들이 오지 못했던 거구나. 그렇게 내 첫 고양이가 된 ‘달리’는 가평에서 차를 타고 일산 우리집까지 왔다.
태어난 지 두달도 안된 달리가 온 첫날, 만지면 따듯한 어떤 존재가 나 혼자만의 공간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게 조금 얼떨떨했다. 심지어 이런 걱정도 했다. 고양이 눈앞에서 어떻게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 가고 그러지? 밤새 내 발을 깨물면서 놀아달라고 보챌 때는 잠을 못 자서 울고 싶다가도 ‘얌냥냥냥’ 하는 신기한 소리를 내면서 밥을 먹는 걸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밥을 챙겨주고 모래화장실을 청소해주고 고양이털이 굴러다니는 바닥을 세번씩 청소하고, 이제 이 아이가 살아 있는 한 이 일을 몇년 동안이나 반복해야 한다 생각하니 생명의 무게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몰랐다. 고양이가 와서 이렇게 혼자 자주 웃고 또 이렇게 많이 울게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