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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요일의 선택 -

    그림

    공책만 한 캔버스에 시간을 쌓다

    2018-06-29

    공책만 한 캔버스에 시간을 쌓다

    - 쪽방촌 화가 할아버지 이야기


    이소영(아트메신저)


    지난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그림』(소울메이트 2018)으로 북토크를 진행했던 한 소방서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방관들은 급하게 출동할 때마다 좋지 않은 것들만 보고 돌아오니 미술 전시회에 가기는커녕 예술작품을 볼 기회조차 없기에 소방서 관내 복도에 갤러리를 만들어 전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내 전시이므로 작가 섭외가 어려워 혹시 재능기부로 전시회를 할 작가가 있다면 연결해달라고 했다. 문득 아는 작가들이 있어 연락을 했고, 혹시나 더 많은 작가들이 소방관들을 위해 전시회를 열어준다면 좋지 않을까 싶어 일기처럼 블로그에 적은 적이 있었다.


    다음날 아주 긴 댓글이 하나 달렸다. 자신은 사회복지사인데, 얼마 전 쪽방촌에 살면서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할아버지를 인터뷰하게 되었고, 그 할아버지에게 필요한 정서적 지원을 전시로 해주고 싶은데 좋은 방안을 찾지 못해 혼자 끙끙 앓다가, 내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우선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서울에 살면서도 나는 쪽방촌에 대해 자세히 몰랐다. 사진작가들의 작품에서 쪽방촌을 본 적은 있지만 실제 그 안으로 들어가 삶을 면밀히 들여다본 것은 처음이었다.


    ‘1평도 안되는 작은 방, 4개의 벽면에 걸린 그림들…’


    할아버지 집에 들어가 처음 본 장면이다. 할아버지는 갑자기 찾아온 나를 보고 어리둥절해하셨지만, 설명을 드리니 마음을 열고 자신의 그림을 천천히 하나씩 보여주셨다. 조금 더 넓은 쪽방촌에 살 때는 큰 그림도 그렸지만, 지금은 너무 비좁아 아주 작은 그림밖에 그리지 못해 답답하고 속상하다고 했다. 대부분 누드화와 꽃을 주제로 한 그림들이었다. 어떻게 이런 누드화를 그리게 되었느냐고 물으니 오며가며 본 팸플릿이나 버려진 잡지에서 영감을 얻었단다. 도시 풍경화도 그리곤 했지만 세상에 나가면 좋은 것, 먹고 싶은 것, 화려한 것들이 보여 마음이 괴로워질까봐 사람들이 없는 새벽시간에 산책을 한다고도 했다.


    홍구현 할아버지의 작품들


    일흔이 가까워진 할아버지는 어떻게 쪽방촌에 들어오게 되었고 어떻게 그림을 그리게 된 걸까?


    할아버지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집을 나왔다. 어릴 적 아버지가 재혼한 뒤로 두명의 이복동생들과 늘 비교당하고 학대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조금씩 연락하며 의지했던 동생도 한명은 먼저 세상을 떠났고, 다른 한명은 30년 전에 연락이 끊겨 생사조차 알 길이 없다. 지인 소개로 이주여성과 결혼도 했었다. 하지만 몇달 후 그 여성은 통장을 가지고 잠적해버렸다. 그후 재기하기 위해 부산에서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며 열심히 일했지만 25년 전쯤, 세상을 떠난 막내동생의 아내에게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잃었다. 자신의 돈을 모두 챙겨 도망간 제수가 서울역에 나타난다는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2년간 서울역 주변에서 노숙생활을 했다. 슬프고 억울한 마음에 술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서울역을 전전하던 할아버지는 쪽방촌까지 오게 되었다. 10년째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는 2017년, 3번이나 뇌경색으로 쓰러져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다. 그에게는 가족도, 재산도, 건강도 모두 희미한 안개 같은 것이다. 택배나 전철 배달 일을 해볼까 했지만 과거에 실수로 저지른 작은 범죄기록이 있어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평생 남의 돈을 샘낸 적도 없고, 쓰레기 한번 버린 적 없던 할아버지가 몇주째 노상에 방치된 냄비들 중에 하나를 주워다 썼다가 ‘유실물습득죄’ 기록이 남았다.


    할아버지는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그림을 그렸다. 한번도 배운 적은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리기를 좋아해서 수급비를 조금씩 모아 남대문 도매시장에서 물감과 붓을 샀다. 그림 그리는 동안은 유일하게 마음이 편안해져 사치 같아 보이는 이 행위를 끊을 수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먹고살기 편해 그림을 그리고 있느냐고 악담을 퍼붓는 사람도 있었다. 제대로 미술관에 가본 적이 없어서 그림을 구경하러 인사동 갤러리를 돌다가 운좋게 한 갤러리를 만나 그림을 거래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갤러리 주인은 할아버지에게 그림값의 20퍼센트밖에 주지 않았고, 그마저도 온전히 받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세상이 무섭고, 사람이 두려워 혼자 다시 문을 닫고 그림을 그렸다. 여전히 그는 기초수급비를 쪼개 약을 사고 의식주를 해결하고 다시 남은 금액을 나눠 미술재료를 산다. 가족과 부인에게 배신당한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는 할아버지는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어서 무섭다고 했다. 하지만 그림만큼은 믿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림 그리는 행위가 그에게는 위대한 종교다.


    0.6평 공간에 그림이 쌓이면 몸을 누여 잘 곳이 부족해서 새로운 그림을 그릴 엄두가 나지 않는 그는 공책만한 캔버스에 수없이 그리고, 다시 지우고, 또 다시 그림들을 그린다.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들은 모두가 시간의 흐름이 쌓인 화석 같았다. 그리고 그 그림을 봐주는 존재는 그가 키우는 금붕어들이 유일하다.


    할아버지는 작은 쪽방을 색종이로 예쁘게 꾸미시고, 금붕어 몇 마리를 꾸준히 키우며 함께 살고 계신다.


    나는 할아버지를 대신해 살아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그의 가족도 아니고 아주 큰 무엇을 그에게 줄 수 있는 부자도 아니다. 다만 아직 젊은 내가 아웃사이더 아티스트1 할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간절한 바람이 마음 선한 많은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해피빈’과 ‘지파운데이션’ 우리 연구소 선생님들과 함께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여름이 끝날 즈음 모금활동을 마치면, 가을에는 할아버지를 위한 작은 개인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할아버지는 세상이 모든 것을 빼앗아간 것 같고, 자신의 처지가 쓸쓸해도 아직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예술은 우리로 하여금 어떻게든 버티게 하고, 살게 한다. 나는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꾸준히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그것은 작게라도 여러 명이 마음을 모아 꾸준히 지원한다면 이룰 수 있는 꿈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할아버지의 말로 글을 마친다.


    “나같이 어려운 사람도 이렇게는 살아왔다고 보여주고 싶어요. 고아원이나 교도소, 몸과 마음이 아파 힘든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면서 희망을 가졌으면 해요”


    --

    1 홍구현 할아버지처럼 형식이나 집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순수한 아마추어 작가를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2018.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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