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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요일의 선택 -

    시노래

    여름, 이야기가 되지 못한 감각의 날들

    2018-08-10

    여름, 이야기가 되지 못한 감각의 날들


    송종원(문학평론가, 서울예대 교수)



    지금 이곳을 흐르고 있는


    이건 삶이 아니면 뭘까


    방금 들이쉰 이 공기와 햇빛


    가만히 창가로 다가와


    창문을 활짝 열고


    이미 내 곁에 와 있는


    이 삶을 만져보네


    - 김목인 「지금, 이곳」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날씨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구름이 얼마나 높았는지, 비는 내렸는지, 햇살은 또 얼마나 뜨거웠는지….그런데 왜 일기에 날씨를 적어야만했는지는 검사용 일기를 적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궁금했다. 일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날의 사건이고 이야기였을 텐데, 왜 크게 중요해보이지 않은 날씨가 일기의 서두를 장식해야만 했을까.

    나중에 알았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들은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로 이해하려고 하지만 삶은 이야기가 되지 못한 채 이야기의 주위를 어슬렁대고 있던 미세한 공기의 흐름 속에, 혹은 햇빛의 감촉 속에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 감촉 속에 이야기를 초과하는 수많은 삶의 시간이 침입하기 때문이다. 공기와 햇빛이 우리를 울게 하고 또 웃게도 한다. 감각이 감정의 구름을 부르고, 감정은 깊은 시간의 흐름을 폭풍처럼 우리 쪽으로 몰고도 온다.



    지난 여름 광합성에 대해 생각한다


    마리앙바드에 갔지만


    마리앙바드,


    하고


    마리앙바드,


    하니


    그저 마리앙바드에 닿았고 여름이 되었지


    - 김이강 「메리언배드」


    여름이다. 살갗이 따갑다.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생각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갗으로 예민하게 감각하고, 감각과 그것이 이끈 혼돈을 삶 속에서 녹여내며 살기 때문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하릴 없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광합성을 하고 육체의 반응에 따라 막연히 내 안의 어떤 장소를 그리워하는 일은 삶을 지속하기 위해 너무나도 중요하다. 아무도 모르는 당신만의 마리앙바드에 도착하는 시간이 당신을 살게 하기 때문이다. 삶은 비밀스러운 꿈 속에서 더 삶다워진다.

    생각의 버튼을 잠시 꺼두고 육체의 깊은 미로 속을 헤매는 일, 그것은 달리말하자면 시쓰기의 조건으로 중요히 말해지는 감각에 투신하는 일이기도 하다. 해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시인은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각하는 사람이다. 이야기가 되지 않은 삶의 조각과 흐름 속에서 삶의 살결을 만지는 사람이다. 시가 우리의 삶을 그렇게 돕는다.


    2018.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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