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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요일의 선택 -

    시노래

    검은 페이지의 영혼이여, 오 가련한 인생이여

    2018-07-16

    검은 페이지의 영혼이여, 오 가련한 인생이여


    송종원(문학평론가, 서울예대 교수)



    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 기형도 「오래된 書籍」


    스무 살 무렵 기형도의 유고 시집을 읽는 일은 내 안을 들여다보는 일과 같았다. 나는 그가 적어놓고 떠난 많은 구절들이 그와 함께 세상에서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그것들을 옮겨적어 자취방안 여러 곳에 압핀으로 꾹꾹 눌러 박아놓았다. 그뿐인가, 나는 그처럼 “우리 모두 허물어지면 그뿐”이라고 여기며 커튼을 친 방안에서 얼마나 많은 날들을 잠그어놓았던가. 세상의 허위가 버거웠고, 사람들의 일상이 다들 병들어보였다. 내가 죽은 뒤에도 남아있을 “환멸의 구름들”을 방안에서 혼자 떠올릴 때면 빗줄기가 주르륵 볼에 닿기도 했다. 달리 말하면 그 시절 나는 위선에 가득찬 영혼이었고, 다른 누구보다도 깊게 마음에 병이 들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끓어넘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때문에 세계를 쉽게 얕보았고, 타인들의 삶을 쉽게 경멸했던 것일까. 그도 아니면 삶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붙들어맬 대상을 쉽사리 찾지 못하고 고립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던 것일까.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로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설움


    - 나윤선 「死의 찬미」


    활짝 핀 꽃과 지저귀는 새들의 생명력 넘치는 모습을 삶에 열중한 모양으로 바라보기는 쉽지만 왜 거기에 가련하다는 말이 덧붙어 있을까. 웃고 우는 데 한바탕 에너지를 쏟아 부어 본 사람만이 웃고 울고 난 뒤의 허탈함을 알 듯이, 삶을 지독하게 사랑해 본 사람만이 삶에 열중하는 일을 가련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른다. 저 노래의 표면은 죽음을 찬미한다고 말했지만, 실은 그 바탕에 삶에 대한 지독한 열중이 있었다는 점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삶을 뜨겁게 사는 사람은 칼 위에서도 춤을 춘다.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어디에서도 춤을 출 수 없다. 삶을 지독하게 사랑해본 사람은 세상의 질감을 눈물로 확인하지만, 삶을 적당히 사랑하려는 사람에게 세상은 어떤 구체적 질감도 내어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삶 속에서 행복만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시와 노래의 이미지는 때때로 불편한 어두움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두움을 억지로 몰아내려는 순간, 삶은 극히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는 진실 또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2018.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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